낯선 기술의 입구
자존심을 버리고 포스터를 붙였다
화면 밖으로 세상을 꺼내겠다고 온갖 기술을 쏟아부었다. 전시 첫날, 사람들은 모니터를 힐끗 보고 무심하게 지나갔다.
기술은 낯선 언어였다.
전시장에 모니터 한 대를 세웠다. 카메라가 사람을 쫓고 화면 속 세상이 실시간으로 반응했다. 기술적으로는 완벽했다.
하지만 주변은 공예부터 산업 디자인, 사진, 영상까지 다양한 매체가 놓인 대학생 연합 디자인 전시장이었다. 감각적인 작품들 사이에 59인치 디지털 화면은 어딘가 이질적이었다.
포스터를 붙였다.
작품은 스스로 증명되어야 한다고 믿었다. 하지만 첫날, 스쳐 지나가는 관객들을 보며 관점을 바꾸었다.
매일 공간을 고쳤다. 라벤더와 오렌지를 배합해 향을 내고, 사람들의 동선에 맞춰 좌대 위치를 수정했다. 메인 포스터와 캐릭터 설명 포스터를 붙이고 사탕을 놓았다. 향, 그림, 단것. 전부 사람들이 이미 아는 것들이었다.
익숙한 것들을 깔자, 사람들이 멈추기 시작했다.
답은 공간에 있었다.
들어와야 비로소 보이는 작품이다. 하지만 보여야 들어온다. 해답은 작품 밖의 공간에 있었다. 어떤 전시인지, 어떤 사람들이 오는지, 주변에 어떤 매체들이 놓여있는지. 전체 공간의 언어를 먼저 읽어야 했다.
향과 사탕, 포스터는 낯선 기술을 그 공간 사람들의 언어로 번역해 낸 입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