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963(feat. 고려제강 기념관)
아무것도 팔지 않았는데, 팬이 되었다
안내판은 잊었다. 와이어는 잊지 못한다.
안내판은 전부 말해준다.

입구에 다 써 있다. '재생과 친환경을 추구하는 문화공장 F1963.' 옆에는 배치도까지 그려져 있다. 읽고 지나친다. 며칠을 머물러도 그 문장은 기억나지 않는다.
와이어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건물 곳곳에 와이어가 있다. 벽을 채우고, 기둥이 되어 지붕을 지탱할 뿐이다. 옆 건물의 기념관에 들어가서야 알았다. 이곳은 와이어를 만들던 공장이었다.
어느 쪽을 기억하는가.

이전에 고려제강이라는 이름을 들은 적 없다. 그러나 이 공간을 방문하고 3일이 지나자 이 회사의 팬이 되어 있었다. 요즘 기업들이 말하는 ESG의 일환일 수 있다. 자본만 있다면 좋은 말로 공간을 포장하는 건 어렵지 않다. 하지만 안내판은 잊었고, 와이어는 잊지 못했다. 말해준 것은 잊히고, 스스로 발견한 것은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