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떼뮤지엄(Arte Museum)
동시대의 방식을 차용한다는 것
예술의 의도는 휘발되었지만, 미디어의 감각은 가장 성공적인 비즈니스가 되었다.
시각적 완성도는 진짜였다.

거울방에 들어서면 방향을 잃는다. 거대한 파도가 벽면에서 부서지고, 빛으로 채운 방은 시야 전체를 점유한다.

완전히 낯선 경험은 아니다. 어딘가에서 본 듯한 익숙한 연출과 시각 문법들이 섞여 있다. 하지만 그 익숙한 기호를 가져와 현실을 판타지스럽게 뽑아내고, 결코 조잡하지 않게 조합해 내는 기술적 완성도와 미감만큼은 부정할 수 없이 진짜였다.
세 곳을 돌았다. 풍경은 같았다.

강릉, 부산, 제주. 세 곳을 돌았다. 건물은 달랐지만 안에 들어서면 같은 품질, 같은 방식, 같은 미감이 일관되게 작동하고 있었다. 이것은 장소 특정적인 예술 작품이라기보다, 어디든 이식할 수 있도록 고안된 '잘 만들어진 제품'에 가깝다. 이 완벽한 복제 가능성이 아르떼뮤지엄의 진짜 경쟁력이다.
의도는 휘발되고, 감각은 대중화되었다.

쿠사마의 거울방에는 그가 겪은 정신증세가 있고, 터렐의 빛에는 유일무이한 경이로움이 있다. 방식 뒤에는 창작자의 무거운 의도가 있었다.

아르떼뮤지엄은 그 거장들의 문법에서 무거운 철학을 걷어내고 직관적인 감각만 남겼다. 예술(Art)의 의도는 휘발되었지만, 역설적으로 그 가벼움 덕분에 어디서든 소비될 수 있는 완벽한 미디어(Media) 제품이 되었다. 순수 예술의 문턱을 낮춘 비즈니스로서는 분명 성공적이다. 이 차용의 시간이 자기만의 언어를 만들 시간을 버는 것이라면, 이 공간의 다음 장면이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