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관리 비용 감소

관리에 묶이면 아무것도 못한다

정보는 피그마, 디스코드, 노션, 카카오톡, 각자의 컴퓨터에 흩어져 있었다. 하나의 흐름으로 모으자 묻지 않아도 보이기 시작했다.

흩어진 채널들.

줄여야 했던 건 커뮤니케이션 비용이었다. 우리에게는 명확한 상위 기획이 없었다. 처음 시도하는 기술이라 대략적인 그림만 그려놓고 손전등을 비추며 나아가야 했다. 그러다 보니 정보는 피그마, 디스코드, 노션, 카카오톡, 각자의 컴퓨터에 심각하게 파편화되었다. 개발자는 카톡으로 코드를 전송했고, 디자이너는 유니티 프로젝트를 압축해서 주고받았다. 다섯 개 이상의 채널에 흩어진 정보를 하나의 흐름으로 모으는 것이 첫 번째 문제였다.

하나의 파이프라인.

끊어진 작업 흐름을 연결하기 위해 추적 가능한 구조를 설계했다. 먼저 노션 DB를 재설계했다. 기존 노션은 회의록 중심이었고 시기와 기능이 혼재되어 있었다. 에픽(What)과 마일스톤(When)의 축을 분리하고, 모든 작업에 단일 식별자(ANMP-XXX)를 부여했다. 노션에서 티켓을 생성하면 그 ID를 그대로 사용해 브랜치를 팠다. 1 Task = 1 Branch. IT 조직에선 당연한 기본이지만, 비개발 직군이 섞인 팀에서는 깃(Git)의 학습 비용 자체가 진입 장벽이었다. 그래서 유니티 안에서 시각적으로 다룰 수 있는 UVCS를 도입해 학습 비용을 낮추고 작업 흐름을 끊지 않았다. 작업이 완료되면 Slack으로 알림이 전송되었다. Notion(기획) → UVCS(관리) → Slack(소통), 하나의 파이프라인이 만들어졌다.

마찰을 줄이는 경험 설계.

이 파이프라인의 목적은 감시가 아니라 마찰을 줄이는 것이었다. 작업자에게는 개인 보드를 만들어 완료된 작업을 숨기고 당장 해야 할 일만 보이게 했다. 소통의 마찰은 Slack 알림으로 해결했다. 비용 문제로 완벽한 서버사이드 자동화는 불가능했다. 병합(Merge)은 자동 알림이 가지만, 세부 작업은 체크인 메시지에 느낌표(!)나 qa:를 붙여 중요도와 테스트 요청을 제어하는 규칙을 만들었다. 제약 속에서 가장 적은 비용으로 상태를 공유하는 방식이었다. 올라온 알림 스레드 안에서는 바로 영상과 사진으로 피드백이 이루어졌다. 명확한 기획 문서가 없어도 이 스레드들에 쌓인 맥락 덕분에 길을 잃지 않고 따라갈 수 있었다.

'만들어졌다'가 아닌 '잘 만들어졌다'로.

이 시스템이 완성되자 누가 무엇을 하는지 일일이 묻고 조율하던 시간이 사라졌다. 나는 그 절약된 시간을 전체 품질 관리(QA/QC)에 쏟았다. 수없이 반복해야 하는 인터랙션 상황을 테스트하고, 밴딩 문제를 해결하고, 현장 장비와 환경을 세팅했다. 개발이 지연될 때는 직접 로직 개발에 합류하기도 했다. 기능이 단순히 '존재한다'에 그치지 않고 '잘 동작한다'는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선 이 절약된 시간이 반드시 필요했다. PM이 하는 일은 본질적으로 가장 거대한 단위의 UX 설계다. 팀원이라는 첫 번째 고객의 작업 마찰을 줄여야만, 비로소 관람객이라는 두 번째 고객의 경험 품질에 투자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