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고라(Chagora) <아카리 소장전>
쏘는 빛, 머금는 빛
같은 전구에서 나온 빛이, 종이 한 장을 사이에 두자 전혀 다른 것이 되었다.
쏘는 빛, 방향을 가진 선.

빛은 직진한다. 대상을 강렬하게 비추거나 스스로 발광하며 시선을 장악한다. 거리를 가득 채운 스크린의 빛은 명확한 목적지를 향해 쏘아진다. 감각을 팽창시키고 주의력을 끌어당기는 이 방향성이, 대부분 상업 공간이 따르는 기본 문법이다.
머금는 빛, 공간을 채우는 부피.

아카리 조명은 빛의 물리적 메커니즘을 비틀어 놓았다. 뽕나무 종이와 대나무 뼈대는 전구의 직진하는 빛을 차단하고 그 안에 가두어 머금는다. 빛은 밖으로 쏘아지지 않고 종이 안에서 산란하며, 팽창하는 대신 공간 안에 무겁게 가라앉는다. 빛이 시선을 끄는 선이 아니라, 공간을 차지하는 부피로 치환되었다.
소재가 빛의 성질을 바꿨다.

같은 전구에서 나온 빛이, 종이 한 장을 거치자 전혀 다른 것이 되었다. 쏘는 빛과 머금는 빛은 같은 광원에서 출발했지만, 사이에 낀 소재 하나가 빛의 성질을 완전히 바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