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터월드 제주(Waterworld Jeju)
워터파크도 아니고, 전시도 아니다
미디어아트는 시선을 위로 끌어올리고, 미끄러운 바닥은 시선을 아래로 끌어내린다.
1분 30초의 기대.

바닥이 젖어 있다. 조명이 꺼진다. 프로젝션이 바닥 위를 흐르고, 그 빛을 따라 걸으면 문이 열린다. 좁은 통로를 지나 높고 넓은 공간이 펼쳐지기까지 걸린 시간은 약 1분 30초. 짧지만 기대를 만들기엔 충분한 진입이었다.
엇갈린 시선.

물 안으로 발을 들이는 순간, 모든 것이 애매해진다. 뛰어들 만큼 깊지 않고, 젖지 않고 걸을 수도 없다. 벽에는 화려한 미디어아트가 펼쳐지지만, 정작 관람객의 고개는 아래로 꺾여 있다. 미디어아트는 시선을 위로 끌어올리려 하고, 미끄러운 바닥은 시선을 아래로 끌어내리기 때문이다. 불안한 발밑을 신경 쓰느라 걷는 일조차 조심스러워질 때, 눈앞의 거대한 환상은 빛을 잃는다. 1분 30초 동안 쌓아올린 기대는 미끄러운 바닥을 디딜 때마다 새어나갔다.
경험은 나가는 순간까지다.

물에 젖는 공간을 만들었다면 젖은 이후를 책임져야 했다. 제공되는 것은 작은 수건과 워터슈즈뿐, 샤워 시설 없이 발을 씻는 곳만 덩그러니 놓여 있다. 성인 27,000원을 내고 들어와, 축축한 옷을 입고 차에 타야 하는 퇴장 길. 기존 워터파크 시설을 재활용해야 했던 물리적 한계, 혹은 낮은 영업이익률을 방어해야 하는 기업의 재무적 타협이었을지 모른다.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며 부딪힌 제도적 문제일 수도 있다. 고충은 짐작 가지만, 발밑의 현실을 책임지지 못한 공간에서 디지털 환상이 살아남을 자리는 없었다.